다뉴브 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 겨울/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딩구는 황혼 무렵/ 느닷없이 날아 온 수 발의 소련제 탄환은 / 땅바닥에 /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. . . 후략
나는 부다페스트에 가는 비행기에서 시인 김춘수님의 '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'을 읽었다. 시는 아름답다. 뇌리에 팍 박힌다. 그것이 화근이었다.
부다페스트에서, 그 아름다운 도시에서 나는 내내, 어디선가 날아온 소련제 탄환과 길가에 누운 부다페스트의 소녀 이미지에 갖혀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말았다.
누가 총을 쏘았고, 왜 소녀는 그 총에 맞았는가. 그리고 그 현장은 이 도시 어디쯤인가. 나의 관심은 그것 뿐이었다. 이쯤에서 쏘았을까. 저기 쯤에서 맞았을까. 왕궁. 대로. 다리 그리고 골목에서 나는 몰두 했다.
세상은 늘 선과 악.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, 밝음과 어둠의 대립되는 두 개의 개념 으로 나누고, 사람들을 그 둘 가운데 하나에 줄 서게 한다. 나는 그만 그 구도에 빠지고 말았다.
결국 나는 부다페스트에서, 부다쪽도 페스트쪽도 아닌, 엉거주춤하게 그 매력적인 도시를 떠날떄 즈음에야, 그 시의 관념에서 해방 될 수 있었지만 그건 너무 늦은것이었다. 자본과 권력의 영역이지. 그게 나그네에게 무슨 대수라고. . .
부다페스트를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영화 그루미선데이에서 보았던 낯익은 곳들이 나타난다. 글루미선데이 주제가의 피아노선율은 부다페스트에 어울린다. 인간은 존엄하고 그 존엄은 어느 순간에도 훼손 되어서는 안된다는 그 메시지와 함께.
헝가리 화폐의 이름은 포린트 FORINT 이다. 고대 금화였던 피노리오에서 유래 했다고 한다.
500 포린트. 500 Forint. 15.3cm x 6.9cm
1000포린트. 1000Forint. 15.3cm x 6.9cm
5000포린트. 5000Forint. 15.3cm x 6.9cm
10000포린트. 10000Forint. 15.3cm x 7.5cm